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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독학 정보

기타를 글로 배웠어요 10

켄지 3 2114

10. 하루는 사무실에서 직원들과 위닝일레븐(축구게임)을 하고 있었다. 최고의 직원 복지는 게임이 아니겠는가. 그 때가 2010년 즈음이었는데 위닝일레븐의 게임의 배경음악으로 굉장히 신나고 상큼하면서도 구성 좋은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여성 보컬이 영 어색한 영어로 가사를 부르길래 이 노래는 분명히 일본 노래일 거라고 확신을 했다. "이게 무슨 노래지?" 찾아보았지만 그 어디에도 노래의 출처가 적혀있지 않았고 아는 사람도 없었다. 무슨 곡인 줄은 모른 채 우리는 신나게 게임을 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페퍼톤스의 '슈퍼 판타스틱'이라는 노래였다. 한글판 게임으로 패치를 제작하던 패치 커뮤니티에서 패치를 공개할 때 자신들이 좋아하는 노래를 넣었던 것이다. 게임 중간에 이 노래가 나오면 나는 기타를 들고 비슷하게라도 쳐보려고 노력을 했지만 허사였다. 대충 비슷하게 치는 것도 너무 어려워서 나중에 실력이 쌓이면 그때 제대로 해봐야 겠다고 생각을 했을 정도였다. 코드는 물론이거니와 리듬도 어렵고 템포도 빨라서 이 곡을 과연 쳐볼 수는 있는 걸까? 그 당시 내 수준에서는 연주가 불가능 했다. 그리고 이 곡은 5년 후인 2015년에야 유튜브에 올릴 수 있었다.  


처음에는 내가 좋아하는 노래들로 커버 곡을 준비했다. 속으로는 내 기타 연습이 되기도 했지만 이 커버 곡을 통해서 홈페이지에 사람들이 많이 들어왔으면 하는 바램이 있었다. 지금 같으면 좀 더 전략을 세우고 콘텐츠의 유형을 조금 더 가다듬어서 제대로 해볼 수 있었겠지만 그때는 사회 초년생이기도 했고 콘텐츠 제작의 경험도 거의 없었으므로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고 적당히 커버를 만들어 올렸다. 커버했던 음악들은 남들이 뭐라 하건 내가 좋아하는 노래들로만 구성을 했다. 문제는 평소 즐겨듣는 가요가 거의 없었다는 점이다. 평생 교회 CCM이나 재즈만 듣다가 주변에서 추천받은 가요를 들어보니 모르는 노래들 뿐이었다. 김광석의 노래는 후렴이나 몇 곡 정도만 알뿐, 전주나 1절이 어떻게 전개되는지, 멜로디가 어떤지조차 몰랐다. 그 유명하다는 7080 노래들을 나는 거의 몰랐다. 음악 사이트에 들어가 발라드, 댄스, 걸그룹, 인디 뮤지션들의 음악을 들어보았는데 딱히 좋다고 느껴지는 곡들이 없었다. 서른 초반인데 벌써 음악 취향이 고루해진 걸까. 사람의 음악 취향은 인생의 전성기에서 멈추고 평생 그것을 복기하며 살아간다던데 나는 그것이 기독교 음악인 걸까. 하여튼 가요 좋은 줄 모르는 채 시간이 나는 대로 계속 듣기만 했다. 나의 편협한 음악 취향으로 인해 커버의 고생길이 활짝 열렸다. 아는 노래 중에서 좋아하는 노래들은 더 적었고, 칠 수 있는 곡들을 골라보니 더욱 적었다.  


2010년 당시만 해도 통기타보다는 베이스에 더 자신감이 있었다. 마침 기타 사업도 잘 되어가는 중이어서 유튜브에 통기타 리뷰를 조금씩 올리고 있었는데 리뷰를 위해 샘플 연주를 하는데도 연주 중간에 많이 틀렸다. 베이스는 이미 익숙해져서인지는 몰라도 통기타는 연습이 많이 필요했다. 리뷰용 샘플 연주는 곡 전체를 커버하는 것 보다는 훨씬 수월했지만 그래도 틀리는 경우가 너무 많았다. 게다가 연주는 중간에 편집도 할 수 없으니 제대로 해야 했다. 어떻게 연주할지 미리 생각을 짜두고 연주를 하는데도 많이 틀렸다. 하루는 왜 이렇게 사소하게 자주 틀리는 걸까 깊은 고민에 빠지기도 했지만 단순히 연습량의 문제라는 사실을 알고 난 뒤에는 변명할 여지가 없었다. 연습만이 날 구원해 줄 수 있다는 걸 알았다. 하지만 사업을 하면 연습을 할 수 있는 시간을 내기가 어렵다. 심지어 통기타 관련 사업인데도 불구하고 기타를 칠 수 있는 시간을 얻기가 힘들었다. 지긋이 눌러앉아 치고 싶은 노래를 연습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리뷰할 기타가 산더미로 쌓여있었고 일을 쳐내기 바빴으므로 기계적인 리뷰를 하였고, 기계적인 반복 연주를 하게 되었다. 반복하니 움직임이 훨씬 나아지는 게 느껴졌는데 그렇다고 이 고민이 완벽하게 해결되지는 않았다. 사소한 잔실수는 나를 계속 괴롭히기만 할 뿐 더 이상 나아지지를 않았는데 2018년에 아르페지오 교재가 나올 때까지 계속되었다. 손가락의 자세가 잔실수 없이 갖춰지는 데까지 거의 7-8년이 걸린 셈이다. 그러고는 완성이 됐을까. 틀리는 건 계속 틀리고 어려운 건 여전히 어렵다. 하지만 2018년을 기점으로 코드를 누르는데 이전과는 다른 확신이 생기기 시작한 것 뿐이다.  


내가 평생을 살면서 발전시킨 기술은 노래를 들으면서 코드의 전개를 기억하고 곡 전체의 맥락을 파악하여 연주로 적용하는 것이었다. 어려서부터 쉴 새 없이 이것을 반복하며 살아왔고 누구보다 빠르게 해낼 자신이 있었는데 통기타로는 원하는 것을 구현하는 게 어려웠다. 사실 하이 아마추어에 가까웠지 어디에 내놓을만한 실력도, 체계적인 지식도 아니었던 것이다. 무엇보다 너무 많이 틀렸다. 운지 하나하나 섬세하지 못했고 코드를 살짝 잘못 누르는 일은 비일비재 했으며 템포가 살짝 어긋나는 등의 실수가 일상이었다. 왜 이런 식으로 연주하게 된 걸까 생각을 해보니 누군가의 피드백도 없었을뿐더러 오랜 시간 합주를 통해서 사소한 실수들을 허용하는 일이 잦았기 때문이다. 라이브 음악에서는 사소한 실수들이 없을 수는 없으므로 합주를 할 때마다 크게 생각하지 않고 어느 정도 허용을 해버린 것이다. 그리고 그게 나의 적당주의와 잘 맞아 조금씩은 틀려도 합주에 문제가 없는 상황 정도까지만 하면 되겠다는 '실수의 디폴트 값'이 형성되어 버린 것이다. "이 정도면 뭐 괜찮네."를 뿌리뽑는 데 그리도 오래 걸린 것이다.

3 Comments
별맛콜라 2022.09.14 14:49  
음 저는 기타 연주할때 잔실수가 아니라....커다랗고 많은 실수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ㅎㅎㅎㅎ

켄지님께서 인생에서 기타친지 25년 정도 넘었다고 하셨는데 원래는 베이스기타를 먼저 하셨으니까 실제 통기타를 본격적으로 연마한것은 10년 정도라고 보면 되겠네요... 그렇다면 저도 10년쯤 뒤에는 켄지님처럼 칠 수 있으면 정말 좋겠네요....ㅎㅎ
유기농수도사 2022.09.15 01:53  
저도 중3때부터 독학으로 치기시작했는데, 이정선기타교실타브악보는 그때 당시 유일한 선생님이셨지요...
연습을 많이 하지 않아 허우적대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꾸준함이 정말 어려운 것 같습니다. 저도 앞으로 10년쯤에는 별맛콜라님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날이 오면
좋겠습니다.켄지님은 넘사벽이고 전 연습이라도 꾸준히 해보도록 노력해 보겠습니다
켄지 2022.09.16 16:01  
여러분은 무조건 저보다 빠르십니다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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