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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독학 정보

기타를 글로 배웠어요 9

켄지 2 2156

  회사를 3년 다니고 대림동으로 거처를 옮겼다. 그때도 여전히 교회에서 베이스를 치고 있었는데 그곳에서 운 좋게 통기타로 사업을 시작하게 되었다. 옆방 사는 교회 친구와 통기타 커뮤니티를 만들어서 운영을 했는데 본격적으로 해보고 싶어져서 통기타이야기를 새로 만들고 콘텐츠를 만들어 올리면서 관련된 상품들을 팔기 시작했다. 대림동 지하 단칸방에서 시작된 이 사업은 다음 해 사무실을 세 번을 옮길 정도로 급격하게 성장했다. 생전 처음 하는 경험이라 이래도 되는건가 싶을 정도였다. 나는 오랫동안 손놓았던 통기타를 들고 1분 레슨 같은 짧은 강좌들을 만들어 올렸다. 유튜브도 없던 시절 다음 블로그에 글과 함께 영상을 올렸다. 강좌라고는 해도 아는 걸 두서없이 말하는 수준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도 사람들은 홈페이지로 몰려들었다. 그 당시 인터넷에는 정보가 많이 없었다. 교회에서는 베이스를 치고 집에서는 통기타를 치기 시작했는데 처음에는 통기타를 살 돈이 없어 여기저기 기타를 빌리러 다녔다. 돈이 조금 생겨 몇 달 만에 저렴한 기타를 한 대 구매하여 강좌나 노래를 틀어놓고 연주하는 커버 영상을 하나씩 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 허접의 본색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합주하는 것과 원곡을 틀고 커버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달랐다. 합주는 적당히 맞으면 그냥 진행해도 괜찮고 약간 틀려도 라이브 음악이라 흘러가버리기 때문에 실수가 희미해지는 반면, 음악을 틀고 기타 사운드를 그 위에 올리는 커버 작업은 레코딩에 가까웠다. 음원에서 나오는 악기 소리는 이미 코드와 리듬이 결정돼 있어 따라야 하는 절대 기준이었기에 그대로 맞추지 않으면 틀린 연주가 되어버렸다. 나는 늘 틀렸다. 음원은 내 기타 연주를 자신에게 맞추라고 요구했고 거기에 맞추려는 나의 노력은 거의 수포로 돌아갔다. 노래에 반주를 맞추는 것은 어렵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고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진행된다 생각했는데 음원에 맞추는 합주는 너무나 어려워서 채 몇 마디를 나가지도 않았는데 이미 박자가 흐트러졌다. 조금 더 정교하게 해보려고 노력은 했지만 채 몇 분이 되지 않는 노래의 템포를 정확하게 유지하지 못 하고 구간에 따라 빨라지거나 느려지거나를 반복했다. 내가 레코딩 수준이 안 된다는 걸 그때 처음 알았다. 다행히도 이 사실을 약간 뒤늦게 알게 되었기 때문에 그 전까지는 별로 대수롭지 않게 여겨 적당히 커버해서 슬쩍 올리는 일이 많았다.  


  커버를 하면서 하나 더 느낀 것이 있다면 그것은 기존에 해오던 방식의 합주보다도 더 정교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언제나 적당히 해도 된다는 적당주의에 빠져있던 나에게 보다 진지하고 제대로 해야 한다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하지만 사람의 성질머리나 관습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그 후로도 몇 년이나 적당히 적당히를 몸에 달고 살았다. 그리고 그게 시장에서 씨알도 먹히지 않는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지금의 실력으로는 어디에 비빌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 제대로 해야겠다는 의지가 점점 커져갔다. 그런데 뭘 어떻게 해야 제대로 하는 것인지 모를 일이었다.  


  일단 음악적인 이론이나 체계가 갖춰지지 않아 들어도 들을 수 없었고 연주로 만들 수도 없었다. 음원을 커버하는 것은 기존 합주보다 더 정교한 실력을 요구했다. 아는 것이 없으면 길도 보이지 않는다. 손가락의 움직임은 기초에 머물고 있었고 더욱이 베이스만 치던 손가락이어서 통기타의 움직임이나 간격에 여전히 서투른 점이 있었다. 학문적 공부도 필요하다고 느껴 화성학 책을 사서 공부하기 시작했다. 공부를 한다고 바로 알 수는 없었지만 때로는 공부한 것을 실제 커버 연습에 적용해 보기도 했다. 성과는 미미했지만 그렇게 하는 수밖에는 없었다. 독학의 한계는 좌충우돌하면서 시간을 너무 낭비한다는 점과 무엇을 배워야 할지 스스로 정해야 한다는 지점에 있다.


  스스로 공부를 하고자 화성학 책을 펼쳤지만 사실 화성학 책과 병행하여 실전 기타도 연습이 필요했다. 지금까지 해오던 취미 수준의 연습이 아니라 보다 정교하고 체계적인 연습 말이다. 하지만 그때는 학습의 구조를 몰랐고 체계적인 것이 무엇인지도 알 수 없었으니 해볼 만한 것은 오직 화성학을 독학으로 공부하면서 사람들이 올려달라고 하는 노래를 이전보다 정교하게 커버해서 영상으로 만드는 것 뿐이었다. 아는 줄 알았는데 모르는 것과 마찬가지인 경우들도 있었다. 모르는 것은 더 많았다. 기본 다이어토닉 코드를 넘어가는 수준의 코드는 들어도 그게 뭔지를 몰라 카피를 하지 못 하거나 헤매는 경우가 많았다. 리듬도 노래에서 들리는 대로 쳤는데 어떻게 쳤는지 물어보는 사람들에게 그걸 논리적으로 설명하지 못했다. 안다고 생각했는데 설명을 할 수 없으니 안다고 할 수 없었다. 그래도 커버를 하는 과정에서 실력이 조금씩 나아지는 듯 했고 하나씩 연습해서 커버 영상을 올리는 수가 점점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렇게 몇 년을 했다. 

2 Comments
별맛콜라 2022.09.05 19:04  
원곡 틀어놓고 영상 찍는것이 켄지님도 처음에는 어려웠었군요. ^^ 뭔가 위로받는 느낌이 듭니다. ㅎㅎㅎ 그리고 저도 요즘 화성학 배워보고 싶었졌어요. 요즘 바빠서 기타 연습 시간이 줄어서 아직 다른것은 엄두는 못내고 있지만 나중에 코드 리빌딩도 도전해 보려구요.
켄지 2022.09.05 21:04  
모두 비슷한 과정을 밟지 않을까 싶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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