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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독학 정보

기타를 글로 배웠어요 4

켄지 0 1075

  수원 남문은 수원에서 가장 큰 번화가다. 수원성은 역사적으로도 유명하지만 남문에는 남문시장과 지동시장 등 큰 시장이 몇 개나 이어져있을 만큼 거대하다. 나는 가끔 어머니와 옷을 사거나 먹을 것을 사러 함께 오고는 했다. 남문은 남문을 가운데로 두고 빙 돌아가는 로터리식 도로였는데 주변은 모두 버스 정류장이었고 오가는 사람들이 들끓는 교통의 요지였다. 남문에 오려면 집에서는 2번이나 3번 버스를 타고 와야 했으므로 거리가 좀 있는 편이었다. 어느 날 어머니는 드럼 학원에 다닐 생각이 없는지 물으셨다. 나는 그러겠노라고 하며 집에서 수원 남문까지 버스를 타고 드럼 학원을 다녔다. 학원은 로터리에서 바로 보이는 건물 4층에 위치하고 있었다. 들어가자마자 선생님은 음악 노트에 두 마디 리듬을 두 가지 정도 그리고는 복도 맨 끝에 있는 드럼 연습실로 나를 데려갔다. 


  칸막이로 가로막힌 작은 연습실을 지나 드럼 연습실로 들어가려고 보니 창문 아래로 남문이 보였다. 방음도 제대로 되지 않는 이 공간 안에는 다 낡아 부서질 거 같은 드럼 한대와 고무 타이어가 놓여있었다. 다른 칸에 앉아있는 아저씨는 기타를 열심히 연습하고 있었다. 나는 고무타이어 앞에 앉아 악보를 시범 보여주시는 선생님의 자세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교회에서 치던 모습과는 전혀 달랐다. 세트 드럼에 앉아 쿵짝쿵짝 할 줄 알았는데 스틱을 들고 타이어 앞에 앉아 악보에 나온 맥락 모를 리듬을 박자대로 치는 연습만 계속 했다. 타타타탓 쿵, 타타타탓 쿵. 오른발 페달이 허공에서 흔들거렸다. 선생님은 자리로 돌아가더니 올 줄을 몰랐다. 교회에서 드럼을 안 쳐 본 것은 아니었기에 연습실에 혼자 덩그러니 앉아 리듬 악보대로 타이어를 두드리는 건 뭘 어떻게 하라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옆 방 기타 아저씨는 연습이 잘 안 되는지 으악 으악 탄성을 지르고 있었다. 한 마디는 불과 5초면 끝이 나는데 이걸 한 시간씩 연습하는 건 뭘까. 연습을 해보다가 지루해서 밖으로 나왔더니 다음 시간에 보자고 하시길래 나는 집으로 돌아왔다.    


  어느 날은 어떤 고등학생 형과 같은 시간에 연습하게 되었다. 그 형은 딱 한 번을 보았는데 연습하는 도중에 이것저것 재밌는 얘기를 많이 해주었다. 타이어를 두드리는 게 어떤 의미인지 알려주었는데 한참 듣다 보니 선생님은 왜 이런 걸 알려주지 않는 거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한 주 더 다니고 드럼 학원은 그만두었다.  


  그 사이 나는 고등학생이 되었고 우리 집은 교회를 옮겼다. 그곳에는 나와 비슷한 또래의 중고등 학생들이 많았는데 피아노를 잘 치는 아이들이 여럿 있어서 합주 연습은 늘 그 아이들과 함께 하게 되었다. 때마침 두 살 형도 우리와 같이 교회를 옮기게 되었다. 그 형은 어느 순간 드럼을 치고 있었고 새로 옮긴 교회에서도 드럼을 치게 되었다. 하루는 집사님들이 서울에서 근사한 세트 드럼을 사 오셨고 주일 오후 예배에서 드럼을 치고 찬양을 부르기 시작했다. 두 살 형은 기타보다는 드럼이 더 잘 어울렸다. 치는 모습도 그랬고 실제 드럼 실력도 좋았다. 나는 토요일에 찬양팀 연습을 하기 한참 전에 교회에 가서 드럼 연습을 했다. 교회서 이것저것 악기를 치며 놀다 보면 학생들이 하나 둘 모이기 시작했고 그렇게 여러 악기들을 연주하며 주말을 보냈다. 실력은 어디 내놓을 수준이 아니었다. 하루는 수원 중앙교회에서 학원 연합집회 같은 걸 한 적이 있다. 중앙교회는 담임목사님도 유명하지만 수원에서도 대형 교회로 유명했고 찬양 집회도 많이 했다. 


  그런 찬양 집회를 가면 보통은 유명한 팀의 음악을 그대로 카피해서 연주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날도 양상은 비슷했다. 전하세 예수 4집의 첫 곡인 '감사하며 그 문에 들어가'의 오프닝은 클래식 기타 멜로디를 여러 기타가 합주로 시작하는데 그걸 라이브로 연주하는 게 아닌가. 아니 저런 음악을 연주하는 사람이 수원에 있다니. 고등학생의 안목은 사실 좁다. 어딘 들 그 정도 연주를 하는 사람이 없었을까. 문제는 그 중 몇몇은 고등학생이었다는 점이다. 교회에서 같이 간 모임이었기 때문에 악기를 하는 친구들은 그들의 실력을 유심히 살펴보았지만 이미 넘사벽이라는 걸 다들 알았다. 집에 돌아와서 나도 그 오프닝 전주를 연주해 보았지만 한 군데도 같은 곳이 없었다. 


  스케일 연습을 한 번도 해본 적도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들어도 무슨 음인 줄 알 수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코드를 누르는 건 기본 정도만 할 줄 알고 리듬도 쉬운 거 정도만 할 줄 알지 그 외에는 아무런 음악적 지식을 배워본 적이 없었다. 하고는 싶지만 잘 되지는 않는 그런 시기는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계속됐다. 음악을 본격적으로 한다거나 배우려는 생각은 정말 한 번도 없었고 해내야 한다거나 이루고자 하는 것을 밀어붙이는 식의 성격도 아니었기 때문에 더 그랬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내 삶이 음악에 느슨하게 꾸준히 빌붙어 있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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