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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일기타 정신

정년 퇴임을 하시고 나이가 조금은 있으신 어르신께서 기타를 배우러 온 적이 있습니다. 젊었을 때부터 줄곧 기타를 배우려 했지만, 번번이 실패하다가 이제서야 인생의 꿈 하나를 실현하러 오신 겁니다. 좋아하시는 노래들이 어떤 것인지 여쭈었더니 사공의 뱃노래부터 흘러간 옛 노래들을 여럿 말씀해 주셨고 저는 이것을 기반으로 어르신을 위한 커리큘럼을 다시 만들었습니다. 


기본 커리큘럼 위에 어르신이 좋아하시는 노래를 레벨에 맞춰 하나씩 준비하여 연습할 수 있도록 구성하였습니다. 레슨을 하는 동안 여러 가지 난관이 있었지만, 어르신의 실력은 조금씩 향상이 되었고 원하는 노래들을, 남들보다는 느리지만 천천히 연습하기 시작했습니다. 문제는 같이 시작한 그룹 레슨의 다름 친구들과는 성장 속도가 현저히 달랐다는 점입니다. 그룹이라고는 해도 경국 사람마다 성장 속도가 달라 나중에는 서로 다른 진도를 나가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는 굳이 커리큘럼에 따라오도록 종용하거나 맞추지는 않습니다. 자기 속도대로 배우는 게 더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성장하는 속도가 서로 다릅니다. 그룹 레슨을 처음 시작할 때, 어떤 사람은 몇 주가 지나도 D코드를 어려워하지만, 어떤 사람은 C#m를 척척 잡아내는 등 서로 간의 실력 차이가 생깁니다. 배우는 속도가 서로 다르기 때문에 학습자의 속도를 맞춰 교육을 진행하는 게 굉장히 중요한 일이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너무 급하게 당기면 따라오다 넘어지고, 너무 느리면 지루해하기 십상입니다.


가르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학습자의 속도를 따라가는 것입니다. 특히 취미로 배우는 통기타에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대학 입시를 거쳐온 우리 대부분은 대입이라는 '목적이 있는 학습'을 합니다. 음악도 마찬가지여서 입시라는 목적을 위해 "이건 이렇게 해야 하고 저건 저렇게 해야 하니 진도를 나가려면 여기서부터 여기까지 연습을 해와야 한다."라는 식의 교육을 받습니다. 학생은 이것이 버겁습니다. 다 큰 성인이 되어 입시 준비하듯 배우는 것도 그렇고, 많은 시간을 연습에 투자할 수 없는 삶의 상황 때문에 그렇습니다. 취미로써의 기타 배우기는 입시 같은 목표 의식이 필요 없어서 학습을 강제하면 쉽게 밖으로 튕겨 나갑니다. 학습자의 성장 속도를 유심히 관찰하고 완만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속도를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이 교사에게 있어야 하고 이렇게 할 수 있으려면 탄탄한 커리큘럼이 갖춰져야 합니다.


커리큘럼과 배우는 속도를 컨트롤하지 못하면 대부분의 기타 독학은 실패로 돌아갑니다. 독학하든, 교사에게 배우든 결과는 마찬가지입니다. 배우는 과정이 체계적이지 않다는 느낌을 받거나 이것저것 닥치는 대로 하고 싶은 걸 아무렇게나 배우면, 실력이 쌓이지 않고 자리를 맴도는 것 같은 상태가 되는 겁니다. 그리고 이 상태에서 실력은 3년, 5년, 10년이 흘러도 놀랍도록 제자리입니다.


일일기타 커리큘럼에서 중점을 두는 부분은 체계적인 커리큘럼과 완만한 속도입니다. 이 둘이 조화되지 않으면 기타를 배우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근성으로 모든 걸 이겨내는 사람도 있지만, 모두에게 그걸 바랄 수는 없을 것입니다. 대부분의 독학 유저들은 이것을 잘 모르기 때문에 앞으로 무슨 일이 펼쳐질지 모른 채 좋아하는 노래들로 기타를 연습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은 하다 마는 결과를 맞이합니다. 


바닥부터 하나하나 천천히 쌓아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천천히 기본기를 다지며 연습하다 보면 어느 순간 학습에 속도가 붙기 시작합니다. 기본기가 쌓이면서 배우는 속도가 점점 빨라지기 때문입니다. 기초에 근간한 실력을 쌓지 못하면 우리는 적당히 애매한 실력으로 남습니다. 분명 오래 쳤는데 제자리인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이것은 연습량의 문제가 아닌 기본기의 문제인 것입니다.


좋은 커리큘럼과 완만한 성장 속도는 좋은 실력을 갖추는 데 꼭 필요합니다. 기타를 친다는 것은 어떤 이에게는 일생일대의 소원, 어떤 이에게는 즐거운 휴식이 됩니다. 악기를 배우는 일에는 사람마다 각자의 의미가 있을 겁니다. 그러나 몇 가지가 준비되어 있지 않다는 이유로 실력을 쌓을 수 없거나 다른 외적인 이유로 악기 배우기가 실패한다면, 그 사람은 악기 연주의 기쁨을 누리지 못할 것입니다. 그게 제가 되지 않기만을 바랐습니다. 그래서 적어도 대한민국에서는 체계가 없어서 통기타를 못 배웠다는 소리는 듣지 않도록 노력해야겠다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만든 곳이 일일기타 입니다. 통기타를 배우고자 한다면, 못 배우는 사람은 없도록. 앞으로도 계속 노력하는 곳으로 남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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