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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기타 연습은 얼마나 해야 반주를 할 수 있는걸까?

켄지 6 3936

통기타로 노래를 반주하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평소에 기타 치는 사람들이 기타를 손쉽게 치는 것을 보셨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이것만 보고 '기타 쉬워 보이는데?'라고 생각하시면 큰 오산입니다. 소리를 내기가 쉽지 않아서 첫 시작부터 좌절에 빠지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악기 연주인가 손가락 고문인가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입니다. 많은 분들이 '재능'에 관해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난이도가 높다고 재능 탓을 하시면 안 됩니다. 통기타가 의외로 재능과는 별로 관계가 없을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모름지기 자전거는 아빠가 뒤에서 안장을 잡아주면서 배워야 제맛입니다. 영화나 만화에 자주 등장하는 이런 훈훈한 장면들이 떠오르실 겁니다. 그런데 저는 아이에게 자전거를 가르칠 때 안장을 잡아준 적이 없습니다. 어떤 식으로 자전거를 컨트롤하는지부터 '말로만' 알려주었습니다. 첫날에는 핸들을 잡고 바닥을 박차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부터 시작했습니다. 페달에는 발도 대지 않습니다. 바닥을 밀치고 자전거를 앞으로 나아가게 만들면서 좌우의 균형을 잡는 것부터 해보도록 한 것입니다. 처음에는 자신의 몸통만 한 자전거의 무게를 버티지도 못하고 핸들이 왼쪽으로 홱 꺾이거나 오른쪽으로 돌아갑니다. 아니면 어느 한쪽으로 자전거가 기울어집니다. 그렇게 10미터쯤 사투를 벌이며 전진하다가 자전거를 돌려 되돌아옵니다. 자전거를 돌리는 것조차도 쉽지가 않습니다. 양팔과 다리 힘만으로 자전거를 컨트롤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다는 걸 아이는 배웁니다. 다시 바닥을 차며 저에게로 돌아옵니다. 비틀비틀거리면서 조금씩 수평 잡는 과정을 익힙니다. 한 10분 정도 지나니 바닥을 차고 앞으로 나가는 것이 꽤나 익숙해진 모양입니다. 좌우 균형만 잡으면 되는 부분이니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지금 실력으로라도 시합이 하고 싶은 아이를 위해 이제 왕복 초를 잽니다. 


처음에는 10미터를 다녀오는데 1분도 넘게 걸립니다. 그리고 1분을 깨기 위해서 자세를 가다듬고 계속 시도를 합니다. 쉬지를 않습니다. 최대 42초까지 단축시켰습니다. 오늘은 힘을 너무 많이 썼으니 그만. 이렇게 첫날 하루 30분만 연습을 합니다. 그리고 다음날은 한쪽 페달에 발만 올리고 반대발로 바닥을 차 봅니다. 역시 페달질은 하지 않습니다. 발로 바닥을 박차고 나가자 자전거가 발을 올린 쪽으로 다시 기울어집니다. 하지만 컨트롤하는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습니다. 발을 교대하여 연습해 봅니다. 좌우로 균형을 잡는 연습은 이 정도로 충분해진 것 같습니다. 어제와 같은 방식으로 10미터를 돌아오니 이제 30초밖에 걸리지 않습니다. 이렇게 30분을 연습했습니다. 


다음날이 되어 그제 어제의 과정을 워밍업 한 후 이제는 한쪽 페달을 반 바퀴 굴러봅니다. 한쪽 발로는 바닥을 차고 한쪽 발로는 페달을 밟는 것입니다. 역시 휘청거립니다. 핸들을 단단히 잡고 페달질을 반복합니다. 반 바퀴를 돌리는데도 자전거가 좌우로 심하게 흔들립니다. 다시 균형을 잡습니다. 페달질을 몇 번을 하더니 반대편 발도 페달에 올려봅니다. 한쪽에 힘을 써도 이제는 그 힘을 버티며 점점 균형을 잡아갑니다. 그리고 나서는 한 번에 10미터 이상을 혼자서 달렸습니다. 아차, 브레이크 잡는 법. 달려가서 자전거를 잡아서 멈춰주었습니다. 그리고 반복입니다. 페달을 위로 올린 후 발을 올리고 반대편 발로 바닥을 차서 자전거를 앞으로 가게 하는 동시에 발에 힘을 줘 페달을 누릅니다. 곧바로 휘청하면 그 자리에 멈춰서 다시 반복합니다. 이렇게 연습하면서 이날 아파트를 몇 바퀴 돌았습니다. 그리고 어린이날 선물로 자전거를 사주었습니다. 스스로 자전거를 타게 된 아이는 자부심이 대단했습니다. 


사람들은 자전거를 타면서 재능이 있는지 없는지에 대해 말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음악은 재능이 있네 없네부터 이야기를 합니다. 왜일까요. 악기는 음악성이 있어야 된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결국에는 음악성이 필요합니다만 처음부터 음악적 재능이 충만해야 통기타를 배울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이것은 전제부터가 잘못됐습니다. 자전거를 쥐어주듯 악기를 손에 쥐어 주어야 합니다. 그리고 조금씩 성장하는 방향으로 연습해볼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는 통기타의 악기적 특성에 대해서 알아야 합니다. 손을 대지 않고는 기타를 칠 수 없습니다. 손으로 꼼지락 거리면서 균형을 맞추고 손가락을 각각 따로따로 움직이면서 꽉 눌러보는 움직임을 경험해야 합니다. 발로 땅을 박차고 앞으로 나아가듯 손가락으로 코드를 누르는데 얼마나 큰 힘이 들어가는지 몸으로 익혀봐야 합니다. 통기타는 음악적 이론이나 그 어떤 재능이 없어도 연주를 해볼 수 있는 악기입니다. 화음에 리듬을 넣어 '반주'하는 방식으로 연주하기 때문에 코드의 위치와 모양만 가지고도 어느 정도 기초를 다질 수 있습니다. 오히려 이렇게 악기에 익숙해지면 악기를 통해 음악을 보다 잘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처음 통기타를 배울 때 음악적 이해와 악기의 이해 중 선택하라고 한다면 저는 언제나 악기에 대해서 먼저 이해하라고 얘기합니다.


기타를 연주하는 데는 두 가지 큰 맥락이 있습니다. 하나는 기타의 악기적인 부분입니다. 손가락과 팔을 움직여 코드를 잡고 리듬을 연주하는, 전적으로 피지컬적인 부분입니다. 다른 하나는 기타의 음악적 부분입니다. 연주할 음악을 이해하거나 코드나 리듬을 어떻게 해석하고 적용할지에 대한 부분입니다. 초기에 성패를 가르는 것은 전적으로 손가락과 팔의 움직임입니다. 음악 이론을 빠삭하게 알고 코드 이론을 알고 있어도 손가락이 움직여지지 않으면 통기타는 칠 수 없습니다. 만약 음악적 부분과 악기적 부분을 모두 모르고 기타를 배운다면 무엇부터 해야 할까요. 바로 악기적인 부분입니다. 일단 손가락으로 소리를 내면서 기타에 익숙해지고 악기에 익숙해지는 것이 좋습니다. 음악적 부분은 통기타를 배워나가면서 나중에 실력을 쌓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처음 기타를 배울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부분은 악보도 아니며 코드도 아니며 리듬도 아닙니다. 의외로 손가락의 피지컬적인 움직임 입니다. 


통기타 코드가 제대로 잡히지 않으면 소리가 나지 않으니까 좌절, 코드를 잘 잡아도 코드 전환에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니까 좌절, 코드 운지 자체가 너무 어려우니까 좌절, 코드 누르는 손가락이 아프니까 좌절입니다. 이 좌절의 핵심은 손가락의 움직임입니다. 초반에 기타를 포기하는 거의 대부분은 음악성의 문제가 아니라, 손가락의 움직임이 되고 안 되고의 문제입니다. 재능을 따질 이유도 없이 손가락의 움직임이 좋은 사람이 처음에는 무조건 잘하게 되어 있습니다. 무조건 잘한다고 해서 한 번에 척척 잘 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저 조금 낫다는 것뿐입니다. 그냥 부딪히며 나아가시면 됩니다. 사실 재능이라고 볼 수도 없습니다. 하다보면 누구나 다 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다양한 시행착오를 거치며 우리 손가락은 조금씩 움직임이 나아질 것입니다. 손가락 마디마디를 사용하고 위치를 정확하게 누르고, 코드 운지에 관한 모든 움직임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자전거 페달을 돌리듯 손가락의 움직임이 나아지도록 조금 더 많이 움직이시면 됩니다. 주변의 기타 잘 치는 사람들을 만나면 기타 위에서 손가락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잘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유연하고 세련되게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재능이 있어서 잘하게 된 걸까요 아니면 그만큼 오랜 시간동안 움직임을 연습한 결과인 걸까요. 저는 후자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몸으로 하는 어떤 운동이든 마찬가지입니다. 성장하려는 마음을 먹고 오래 하는 사람이 남들보다 더 잘하게 되어 있습니다. 


물론 타고난 것은 분명 있습니다. 이것은 부인할 수 없죠. 더 좋은 신체 조건이나 감각은 분명 존재합니다. 특히 음악적 재능에 대해서는 더 그렇습니다. 많은 이론적 공부와 훈련을 거듭한 실력자들을 사뿐히 넘어서는 진짜 천재들도 존재합니다. 그들은 그들의 레벨에서 음악을 하면 됩니다. 우리는 우리의 레벨에서 하면 되고요. 우리가 이런 재능 있는 사람들을 부러워할 필요는 전혀 없는 것 같습니다. 우리는 반주에 필요한 알맞은 실력을 천천히 갖춰가면 됩니다. 영재 발굴단에서 클래식 피아노를 하는 어린이들을 보니 말 그대로 '미친 듯이'연습을 하더라고요. 음악적인 것도 음악적인 것이지만, 손가락으로 완성해내는 그 어마어마한 연습량의 일부라도 우리는 따라가기 어려울지 모릅니다. 그러니 우리는 우리의 현실에 맞게 배워나가면 됩니다. 손가락 움직임만 좋아져도 기타가 몰라보게 재밌어질 겁니다. 제 아이가 자전거 타고 친구들이랑 공원 구석구석을 놀러 다니듯이 사이클 선수가 되지 않아도 즐겁게 자전거를 즐길 수 있는 겁니다. 


이렇듯 기타는 익숙함의 결과물입니다. 기본적인 움직임만 몇 개월 만들어두시면 기초적인 기본기를 쌓을 수 있습니다. 어디 도망치지 않고 평생 손에 붙어있게 됩니다. 자전거 한 번 타면 다시 자전거를 못 탈 수가 없는 것과 마찬가집니다. 이 기본기가 쌓이기 전에 포기하지만 않으시면 일단 성공입니다. 이 기본기를 오랜 기간 갈고닦아서 숙련의 시간으로 접어들면 됩니다. 이 기본기가 쌓이기 전에 포기하면 실력은 다시 0이 됩니다. 그래서 연습량이 손에 붙을 때까지 일정량의 즐거운 연습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재밌게 진행해볼 수 있도록 과정은 굉장히 완만하게 진행됩니다. 그리고 스스로 해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연습은 얼마나 해야 기타로 반주를 할 수 있게 되는 걸까요. 우선 전제를 하나 두어야 합니다. 여기서 얘기하는 반주는 모든 노래를 원활하게 치는 수준을 얘기하는 것이 아닌 반주 중에서도 가장 기본이 되고 심플한 반주를 말합니다. 코드가 단순하고 템포가 느린 곡은 우리가 기본기를 숙련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예쁘고 안정적으로 반주를 할 수 있습니다. 통기타 코드 14만 마무리 하셔도 별다른 테크닉 없이 기본적인 느린 노래는 반주를 시작할 수 있습니다. 완벽하게 치는 것이 아니라 시작은 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여기까지 가는데 불과 3-4개월밖에는 걸리지 않습니다. 이 기세 그대로 숙련할 수 있다면 점점 원숙한 실력을 갖게 되는 것입니다. 실제로 숙련은 굉장히 중요한데요. 같은 곡을 반복적으로 연습해야 합니다. 반복하면 반복할수록 기타 연주는 정교해집니다. 코드가 어려운 곡만 고르지 않는다면 비슷한 수준의 많은 노래들을 반주할 수 있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숙련을 많이 해 두셔야 합니다.


통기타의 실력은 초급 - 숙련 - 중급 - 숙련의 단계로 발전한다고 생각합니다. 초급을 반복하여 숙련하게 되면 기초만으로도 확실히 다른 퀄리티의 연주를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막 초급을 벗은 사람이 쉬운 노래를 연주한다고 하면 초급 뮤지션과 프로 뮤지션의 연주 퀄리티는 현격하게 차이가 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기초를 숙련하는 과정은 너무나도 중요합니다. 보통 숙련은 자신이 좋아하는 노래를 부르면서 서서히 실력이 쌓입니다. 만약 기본기가 없는 상태에서 좋아하는 노래를 연주해도 수준이 높지는 않으실겁니다. 기본적인 과정을 잘 따라오시면서 초급을 완성하시면 숙련하는 과정에서 좋아하는 노래들을 이전과는 다르게 수준높은 연주로 해볼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초급 - 숙련 - 중급 - 숙련의 과정은 중요합니다. 


다음번에는 이 이야기를 조금 더 해보겠습니다. 

6 Comments
별맛콜라 2020.12.06 09:08  
감사합니다. ^^
딱 저 들으라고 써주신 이야기 같아서 감사한 마음으로 한글자 한글자 열심히 읽었습니다.

실력이 빨리 늘지 않는다는 것에 대한 조바심을 버리고 기본기에 대한 숙련의 과정이 얼마다 중요한지 마음속에 담아두게 되었네요. 

조금 느려도 어느정도 익숙해지고 디테일이 살아날때까지 숙련한다고 생각하고 느리게 천천히 연습하겠습니다.

귀한 글 감사합니다.
켄지 2020.12.06 12:30  
ㅋㅋㅋ 하지만 범용으로 오래전에 쓴 글이었습니다. 이번 워십기타 스타트에 넣으려고 조금 다듬었습니다. ㅋㅋ
행복한꾸양 2020.12.06 10:59  
친구들한테 보여주고싶네요. 친구들 주위에 기타치는 사람이 저밖에 없으니 자꾸 저한테 잘한다고들 하는데..ㅋㅋㅋㅋㅋㅋ 전 되게 못하는데 세워줘요. 그리고 기타 치고싶다는 애들이 몇 있는데 음악 재능이 없고 본인은 악기 잘 못한다고들 그러면서 시작을 안하더라구요. 처음엔 누구나 다 못하고 연습해서 조금씩 늘리는건데요.ㅎ
2021년은 초급을 끝내고 초급 숙련을 하고 아르페지오도 살포시 들어가보아야겠습니다. :)
켄지 2020.12.06 12:34  
꾸양님이 이걸 해내고 계신거네요. ㅎㅎ 연습해서 조금씩 늘리는 게 진짜 어려운 일인 것 같습니다. 친구들도 꾸양님이 가르쳐주세요. ㅋㅋ
김반장 2021.03.08 00:22  
대학교 1학년에 같은과 동기들이랑 밴드해볼까 껄떡거렸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에드립이 가장 능숙하기에 세칸기타를 맡겼던 친구가 완전 음치였어요.
노래를 저리도 못하는데 어떻게 기타를 skillful 하게 칠까 정말 의아했습니다.
그리구 켄지님의 윗 글을 읽고 다시금 깨달았습니다.

켄지님 말씀이 100% 옳으세요.
'어느 정도'까지 기타를 배우고 익히는 건 틀림없이 음악성과 별개 문제일 수 있어요.
그것은 숙련의 문제이고 노력이 해결해 줄 수 있는 게 맞아요.

어느 정도를 이룬 이후 얼마나 발전해 나갈 수 있느냐는
음악성이 영향을 줄 수도 있지만
아마추어 대부분은
그 어느 정도 근처에도 도달하지 못하고 취미를 접고야 말죠.

저는 그 어느 정도를 꼭 가보겠다라고, 뒤늦게나마 다시 맘을 다잡습니다.
그 이후는 맘 편히, 안되면 재능 문제라 생각할 거구요.

좋은 글 정말 잘 읽었습니다.
켄지 2021.03.08 02:17  
고맙습니다. 김반장님은 어느정도 완성해 나가시는 것 같습니다. 실력이 잘 안 쌓이고 느린듯 보이지만 물이 차오르듯 전반적인 실력이 어느새 쑤욱 올라오실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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